평범한 자녀를 천재로 키운 아버지
칼 비테는 52세에 결혼했습니다. 결혼이 많이 늦어진 요즘에도 52세는 굉장히 늦은 나이입니다. 게다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늦은 나이죠. 지금 기준으로는 거의 백 살에 결혼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겁니다.
칼 비테에게 결혼의 목적은 하나님의 계획에 맞는 자녀를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신앙심이 깊었던 칼 비테는 자녀가 부모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것이라 굳게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기도하고 또 기도하다가 중년이 되어서야 결혼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부잣집 아가씨나 예쁜 아가씨를 찾았지만 칼 비테는 육신이 건강하고 내면이 아름다운 여자를 찾았습니다. 아버지의 첫 번째 임무는 자녀를 위해 좋은 엄마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좋은 아버지가 되기위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교육을 준비했던 것이죠. 칼 비테가 뛰어난 대를 잇거나 부모를 만족시키기 우해서 자녀가 희생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가 사회와 가정에 필요한 인재가 되도록 부모가 최선을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마침내 그는 아이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곧 병에 걸려 죽고 말았습니다. 바로 칼 비테 주니어의 형이었습니다. 칼 비테는 슬픔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조기교육뿐만 아니라 태교도 중요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그는 건강한 아이를 얻기 위해 체질을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임신한 아내를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칼 비테 주니어가 태어났습니다. 칼 비테는 아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확신이 가득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아들을 천재로 키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칼은 예정보다 일찍 태어났기 때문에 여러 면을 부족해 보였습니다. 심지어 저능아 판정까지 받았죠. 그렇기에 칼 비테를 비웃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칼이 천재가 되면 해가 서쪽에서 뜨겠소."
하지만 칼 비테는 절대 굴하지 않고 '자신 있다.'라고 장담했습니다.
칼 비테의 아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저 평범한 여자라고만 알려져 있죠. 하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칼 비테의 아내도 칼 비테처럼 목사 가정에서 자랐거든요. 칼 비테는 목사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 깊이 있게 공부했지만 아내는 그렇게까지 공부하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당시 목사들이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목사 가정에서는 기본적으로 그리스어, 히브리어, 라틴어 대화가 가능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런 가정에서 자난 칼 비테의 아내 역시 그런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목사인 칼 비테가 보기에는 평범한 여자였겠지만 사실은 지적 수준이 상당히 높은 여자였던 것입니다.
칼 비테 시대에 책은 주로 지식인들이 읽었습니다. 그래서 칼 비테는 자시의 책에서 자신을 굉장히 겸손하게 표현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아내 역시 지극히 평범하다고 썼던 것이 아닐까요. 그의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 칼 비테는 목사의 딸들 중에서 지적인 여자를 고르기 위해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미룬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칼 비테는 진심을 다해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아들을 천재로 키워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아들 칼 역시 자신을 훌륭하게 키워준 아버지를 존경했지만 때로는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도 했어요.
가령 칼 비테에게는 극단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들이 친구를 사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죠.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나쁜 친구에게 금세 물든다는 것이죠.
당시 독일의 농촌마을은 먹고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기근도 일어나고 과격한 시위들도 많았습니다. 미래에 희망이 없으면 사람들은 쉽게 타락하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도 도박을 하고 술을 마시는 일이 흔했습니다. 바르게 자라 더 ㄴ아이들이 그런 친구들에게 순식간에 물드는 것을 보면서 칼 비테는 아들이 친구를 사귀는 것을 막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을 것입니다. 나쁜 친구들이라도 친하게 지내면서 좋은 사람으로 바꿀 수도 있을 텐데, 그리고 찾아보면 좋은 친구들도 있을텐데 무작정 놀지 못하게 하니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또 하나, 칼 비테는 장난감을 사주는 대신 직접 만들어 주었습니다. 물론 직접 만든 장난감이 더욱 좋은 교구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파는 장난감이 얼마나 갖고 싶었겠습니까. 아마 칼 비테가 장난감을 거의 사주지 않은 것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성장기에 각각의 발달 단계에서 충분히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훗날 성격이나 인격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경 입양아들 중에서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활발히 기어 다녀야 하는 시기에 충분히 기어 다니지 못한 것이 훗날 정서적 결핍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그런데 그 치료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다시 아기가 된 듯 클래식 음을 틀어놓고 열심히 기어 다니는 것입니다. 어른이 거어 다닌다니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결핍을 치료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하는 나이에 공부만 했던 아이들은 훗날 장난감을 가지게 놀게 해 주면 치유가 된다고 합니다.
인간에게는 자연적인 발달 단계가 있고 각 단계마다 과제가 있습니다. 만일 그것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되어서 결핍으로 나타납니다. 칼 비테는 그런 면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