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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비테는 어떤 책을 읽어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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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 미니멀 2021. 12. 2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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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비테는 아들에게 다양한 인문고전을 읽혔습니다. 첫 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아이네이스>였고 나중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도 읽혔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문자로 전해지는 서양 최초의 문학작품입니다. 서양 문화를 말할 때면 제일 먼저 나오는 책 제목이지요. 단순히 문학 작품의 차원을 넘어 서구 문화의 원천입니다. 그런데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종합하여 구상한 것이 바로 <아이네이스>이기 때문에 <아이네이스를>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책도 읽어야 합니다. <일리아스>에서 몰락하는 트로이를 다스릴 인물로 예언되는 자가 바로 아이네이아스이고 베르길리우스는 이 인물을 소재로 로마의 건국 서사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한편 칼 비테는 아들에게 <이솝우화>도 읽혔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가 좋아하는 <이솝우화>는 고대 그리스의 노예이자 이야기꾼 아이소포스가 지은 우화집입니다. 어린이들이 친근하게 느낄 만한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고 이야기마다 인생의 철학의 담겨 있습니다. 칼 비테는 <이솝우화>를 통해 아들에게 그리스어를 가르쳤습니다.

 이 외에도 칼 비테는 고대 그리스 작가인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과 <아나바시스>도 읽혔습니다. <소크라테스 회상>은 플라톤의 저작에 비해 철학적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플라톤의 대화편>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와 비교하기 위해읽게 했습니다. 

크세노폰은 플라톤과 동년배로 둘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습니다. 그런데 크세노폰이 그리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그리는 소크라테스가 조금 다릅니다.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인물로 그려냅니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깊이를 논했다면 크세노폰은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했습니다. 크세노폰은 위대한 사상과 철학적 지식을 가졌지만 경외의 대상이기보다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사람으로 소크라테스를 그렸던 것이죠. 플라톤은 조금 다릅니다. 당시 정치적으로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소크라테스를 이상화시키고 소크라테스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싶어 했죠. 칼 비테는 크세노폰과 플라톤의 책을 모두 읽힘으로써 저자의 관점에 따라 인물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한편 <아나바시스>는 크세노폰이 페르시아 왕자 키루스의 용병으로 일했던 경험담을 담은 책입니다.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쓰여있어서 그리스 고전을 공부하기에는 완벽한 책이라고 하죠. 이책을 통해 크세노폰은 참된 리더의 모습을 알려줍니다. 개인을 넘어 집단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들려줍니다. 크세노폰이 하고 싶었던 말은 리더라면 당연히 책임의식을 갖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조직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플라톤의 대화편>은 칼이 여덟살에 읽었다고 합니다. 학교에 들어갈 무렵의 아이가 플라톤을 읽다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하지만 칼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칼 비테는 로마의 정치가이자 전쟁 영웅이었던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도 읽혔습니다. 전쟁의 기록인 <갈리아 전기>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서 문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습니다. 카이사르는 최고의 라틴어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문장을 구사했습니다. 

칼은 이미 아홉살에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라틴어를 모두 배운 덕분에 헤로도토스의 역사서,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그리스 철학자 열전>, 베리길리우스, 기케로, 플로리 아누스, 실러 등의 문학작품을 마음껏 읽었다고 합니다.

 

독서를 놀이처럼 즐기는 아이

 앞서 말했듯 칼 비테는 생애 최초로 어떤 책을 읽느냐, 유년 시절에 어떤 책을 읽는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독서 능력과 책의 내용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책을 골랐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가 듣든 말든 잠재의식에 대고 책을 읽어주었죠. 아이가 조금 자란 후에는 독서에 흥미를 키워주기 위해 아야기로 만들어 들려주었습니다. 마치 구연동화를 들려주듯이 과장된 표정, 실감 나는 목소리, 몸짓을 동원해서 아이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신나게 이야기해주다가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갑자기 이야기를 중단하죠. 아이가 궁금해서 이야기를 계속해 달라고 보채면 뒷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어보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책과 친해지게 했습니다. 혹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합니다.

" 그 다음은 네가 한번 생각해서 마무리를 지어보겠니?"

 다산 정약용도 자녀 교육에 이런 방법을 썼습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보면 정약용 역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드는 식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특히 역사서 같은 것을 읽다가 결말을 앞두고는 책을 내려두고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써보는 것이죠. 그냥 마음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앞에 읽었던 내용을 토대로 그런 인물이라면 어떤 결론을 맞을지를 예상하는 것입니다. 그런 훈련을 하다 보면 역사를 보는 자신만의 관점이 생깁니다.

 정약용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역사서를 읽으면서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보는 눈을 키워주었습니다. 어떤 나라가 흥하고 어떤 나라가 망하는지, 국가의 흥망성쇠와 개인의 흥망성쇠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보면서 법칙을 깨닫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죠. 그 후에는 그 법칙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우리 가문에 적용하고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적용합니다. 내가 이렇게 살면 틀림없이 망하겠구나. 이렇게 살면 흥하겠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거죠.

칼 비테도 나름의 비법으로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반복해서 들려주되, 그냥 읽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지루하니까요. 그는 연극을 하듯이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책을 모두 읽어준 후에는 아이가 내용을 되새겨서 잊어버리지 않게 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종이 카드에 적고 카드놀이 같은 것을 하면서요. <아이네이스>를 읽었다면 카르타고, 트로이, 디도 등 책에 나오는 이름들을 적는 것이죠. 아이가 어떤 카드를 집으면 칼 비테는 거기에 적힌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디도를 골랐다면 " 디도는 아이네이아스를 사랑해서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여왕이야."라고 들려주는 식이었습니다. 아이와 역할을 바꾸서 칼 비테가 카드를 뽑고 이야기 설명을 하게도 했습니다.

 이렇게 놀이를 통해 읽은 내용이 체계적으로 머릿속에 남게 했습니다. 이것은 존 스튜어트 밀이나 케네디가 받은 교육이기도 합니다. 또한 책을 읽고 노트에 줄거리를 쓰게도 했고 책의 내용으로 함께 연극도 했습니다. 이 연극 덕분에 칼은 유치원 시절에 고등학생 이상의 어휘력과 지식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책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듣고 카드놀이로 내용을 익히고 줄거리를 요약하고 연극까지 하고 나면 고전이 뼛속까지 자기 것으로 남게 됩니다. 인문고전 독서라는 말이 딱딱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 칼 비테는 자연스러운 놀이를 통해 책의 내용을 아이가완벽하게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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